5가지 맛의 약성 (五味藥性)
만물의 성질을 보면 서로 반대되는 것과 맞는 것(즉 離合)이 있다.
범이 고함치면 바람이 불고 용이 울면 구름이 생기며 자석은 바늘을 끌어 당기고 호박은 먼지를 거두어 들이며 옻은 게(蟹)를 만나면 흩어지고 참기름은 옻을 만나면 끓어번지며 계피나무는 파를 만나면 연해지고 나무는 계피나무를 만나면 마르고 융염(戎 )은 알(卵)을 쌓아올리게 하고 수달의 담(膽)은 잔을 갈라지게 한다. 그 기운이 서로 연관성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 이치는 알아낼 수 없다[서례].
○ 털이나 날개를 가진 동물[毛羽之類]은 다 양에서 생기지만 음에 속한다. 비늘이 있는 물고기나 조개 같은 것은 음에서 생기지만 양에 속한다. 이 이치와 같이 공청(空靑)은 나무를 본따서 빛이 푸르다[靑].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간으로 간다. 주사는 불을 본따서 빛이 붉다[赤].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심으로 간다. 운모는 금을 본따서 빛이 희다[白].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폐로 간다. 석웅황은 흙을 본따서 빛이 누렇다[黃].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비로 간다. 자석은 물을 본따서 빛이 거멓다[黑]. 그러므로 그 기운은 주로 신으로 간다[서례].
○ 황제가 “5가지 맛이 음과 양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고 물었다. 그러자 기백이 “매운 맛[辛]과 단맛[甘]은 발산(發散)시키므로 양에 속하고 신맛[酸]과 쓴 맛[苦]은 토하게 하고 설사시키므로[涌泄] 음에 속하며 짠 맛[鹽]도 토하게 하고 설사시키므로 역시 음에 속한다. 슴슴한 맛[淡味]은 스며 나가게 하므로 양에 속한다. 이 6가지가 수렴하게도[收] 하고 헤쳐지게도[散] 하며 늦춰지게도[緩] 하고 땅겨지게도[急] 하며 마르게도[燥] 하고 눅여 주기도[潤] 하며 연해지게도[軟] 하고 굳어지게도[堅] 한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을 써서 기운을 조화시켜 평행이 되게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내경].
○ 매운 맛은 헤쳐지게 하고[辛散] 신맛은 수렴하게 하며[酸收] 단맛은 늦춰지게 하고[甘緩] 쓴 맛은 굳어지게 하며[苦堅] 짠 맛은 연해지게 한다[鹽軟].
독이 있는 약은 병사[病邪]를 치고 5가지 곡식은 보양하며 5가지 과실은 도와주고 5가지 집짐승의 고기는 보해주며 5가지 채소는 보충해준다. 그러므로 기미를 잘 배합하여 쓰면 정력을 보하고 기운을 도와주게 된다.
이 5가지는 매운 맛, 신맛, 단맛, 쓴 맛, 짠 맛을 가지고 있고 각기 이익되게 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헤쳐지게 하고 수렴하게 하며 늦추어지게 하고 땅겨지게 하며 단단해지게 하고 연해지게도 한다. 그러므로 4철과 5장의 병에 맞게 5가지 맛을 골라 써야 한다[내경].
○ 음(陰은 5장을 말한다)은 5가지 맛에서 생기를 받지만 음인 5관(五官)은 이 5가지 맛에 상할 수 있다. 5가지 맛이 비록 입에 맞는다고 하여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지나치게 먹지 말고 자체로 조절하여 먹어야 한다. 지나치게 먹으면 원기가 상한다[내경].
○ 대체로 5가지 맛이 위(胃)에 들어갔다가는 각기 제가 좋아하는 곳으로 간다. 즉 신맛은 먼저 간으로 가고 쓴 맛은 먼저 심으로 가며 단맛은 먼저 비로 가고 매운 맛은 먼저 폐로 가며 짠 맛은 먼저 신으로 간다.
기운이 오랫동안 몰려 있으면 일정한 변화를 일으키는데[物化] 이것은 법칙이다. 그러므로 한 가지 맛만 오랫동안 먹는 것은 수명을 줄이는 원인으로 된다[내경].
○ 한 가지 기운이 오랫동안 계속 세지면 어느 한 장기의 기운이 치우쳐 세지게 된다. 한 장기의 기운이 치우쳐 세지면 다른 한 장기의 기운은 끊어진다. 이렇게 되면 갑자기 죽을 수 있으므로 한 가지 기운만 오랫동안 세지게 하는 것은 수명을 줄이는 원인으로 된다. 음식을 먹지 않고 약간 먹는데도 갑자기 죽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5곡의 맛을 치우치도록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음식을 치우쳐 먹게 되면 역시 일찍 죽을 수 있다[내경주].
○ 매운 맛은 맺힌 것을 헤쳐주고[散結] 마른 것을 눅여 준다[潤燥]. 쓴 맛은 습한 것을 마르게 하고[燥濕] 굳은 것을 연해지게 한다[軟堅]. 신맛은 늘어진 것을 조여들게 하고[收緩] 흩어진 것을 거두어 들인다[收散]. 단맛은 팽팽한 것을 늦추어주고[緩急] 짠 맛은 굳은 것을 연해지게 하며[軟堅] 슴슴한 맛은 구멍을 잘 통하게 한다[利竅][동원].
○ 5가지 맛의 작용은 다음과 같다. 신맛은 조여들게 하고 수렴하게 하며[酸束而收] 짠 맛은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서 굳은 것을 연해지게 하며[止而軟堅] 단맛은 떠오르게 하여 발산시키고[甘上行而發] 쓴 맛은 내려가게 하여 설사시키고[苦直下而泄] 매운 맛은 가로가게 하여 발산시킨다[辛橫行而散][동원].
○ 약의 5가지 맛이 5장에 들어가면 보(補)하기도 하고 사(瀉)하기도 하는데매운 맛이 발산시킨다는 것은 겉이나 속에 몰려 있는 기운을 흩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신맛이 거두어 들이게 한다는 것은 소모되고 흩어진 기운을 거두어 들인다는 것이다. 슴슴한 맛이 스며 나가게 한다는 것은 속에 있는 습기를 스며 나가게 하여 오줌이 잘 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짠 맛이 연해지게 한다는 것은 화열(火熱)로 대변이 뭉쳐 굳어진 것을 묽어지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쓴 맛이 설사가 나게 한다는 것은 떠오르는 화를 사한다는 것이고 단맛이 완화시킨다는 것은 몹시 차거나 더운 것을 완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입문].
○ 신맛이 지나치면 간기(肝氣)가 넘쳐나고 비기(脾氣)가 끊어진다. 짠 맛이 지나치면 굵은 뼈의 기운[大骨氣]이 약해지고 힘살이 켕기며 심기(心氣)가 억눌린다. 단맛이 지나치면 심기로 숨이 차지고[喘] 가슴이 그득해지며[滿] 몸이 거멓게 되고 신기(腎氣)가 고르지 못하게 된다. 쓴 맛이 지나치면 비기가 습윤하지 못하고 위기(胃氣)가 세진다. 매운 맛이 지나치면 힘줄과 혈맥이 상하거나 늘어지고 정신이 잘못된다. 그러므로 5가지 맛을 고르롭게 하면 뼈가 든든해지고[骨正] 힘줄이 부드러워지며[筋柔] 기혈이 잘 돌고 주리( 理)가 치밀해진다. 이렇게 되면 오래 살 수 있다[내경].
○ 5가지 맛에서 어느 것이나 할 것없이 치우치게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신 것을 많이 먹으면 비가 상하고 쓴 것을 많이 먹으면 폐가 상하며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간이 상하고 짠 것을 많이 먹으면 심이 상하며 단 것을 많이 먹으면 신이 상한다 이것은 5가지 맛이 5장을 억제하는 것이며 5행의 자연스러운 이치이다[내경].
○ 매운 것 5가지에서 마늘의 기운은 가슴[心]으로 가고 생강의 기운은 볼[頰]로 가며 파의 기운은 코로 가고 겨자의 기운은 눈으로 가며 여귀[蓼]의 기운은 혀로 간다[강목].
五味 - 氣味論으로 음식과 藥性 알아보기
五味는 무엇을 의미할까? 다섯 가지 맛이란 뜻 이외에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을 오미라 하며, 오미가 이 몸을 이루고 있으며, 모든 약 또한 오미이다. 사람마다 성격과 체격이 조금씩 다르듯이 약도 형태와 식생이 달라 오행 배속이 조금씩 다르므로 각각의 장점을 취해서 사용하는 게 약성이다.
현대는 성분분석의 시대이다. 양약은 물론이고 우리 일상 먹을거리조차 성분으로 이야기하는 게 영양학의 관점인 것 같다. 한의학의 기미론은 뒤떨어진 방식이 아니라, 음식과 한약의 효용과 약성을 설명하는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며 임상에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내경에서는 오미와 기미에 대해 다양하게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를 알아보고 이것을 실생활과 용약에 십분 활용하고자 한다.
1. 辛散 酸收 甘緩 苦堅 鹹軟
신미는 발산하고, 산미는 수렴하고, 감미는 완화하며, 고미는 단단케 하며, 함미는 부드럽게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다. 여기서 고미는 여러 뜻이 있다. 내경에 脾苦濕하니 急食苦以燥之라 할 때 고미는 조한 것을 가리키며, 肺苦氣上逆하니 急食苦以泄之라 할 때 고미는 寒한 것을 가리킨다. 또 腎欲堅하니 急食苦以堅之라 했고 石谷註에 用苦補腎者苦熱以燥濕也라 하였다. 오수유가 苦熱한 약으로서 여기에 해당한다.
2. 氣味辛甘은 發散爲陽이오 酸(鹹)苦는 涌泄爲陰이라
즉 오미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음양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감은 경쾌하고 산뜻하여 文에 가까우며, 발산을 맡았으므로 양이다. 산함고는 鈍頑하여 武에 가까우며, 수렴하므로 음이다. 이 대목에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감을 발산이라 할 수 있느냐이다. 甘以緩之(감이완지)는 완화, 중화, 이완을 뜻하며, 凝結(응결)된 것을 중화시켜 풀어주는 것이므로 발산에 해당한다. 人蔘味甘인삼미감 大補元氣대보원기 止渴生津지갈생진 調榮養衛조염양위에서 大補元氣와 調榮養衛가 인삼의 발산력일 것이다.
둘째, 酸鹹苦는 수렴인데 涌泄이라 할 수 있느냐이다. 확실히 용설의 용은 위로 올라오는 것이고 설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실제로 소금은 항상 먹지만 많이 먹으면 토하며, 대황을 오푼에서 칠푼 쓰면 소통을 하지만 다량을 쓰면 설사한다. 즉, 소량을 쓰면 수렴도 하고 소통도 하지만 다량을 쓰면 수렴이 과해서 조직체가 좁아져서 막히므로 도리어 용설의 형태로 터져 나온다. 이것은 예를 들어 바다의 물결이 해안가에 이르면 흰 파도가 되어 부서지는 것과 같다. 또 예를 들면 한약을 체에 밭치면 약액이 주르륵 떨어지는 것은 辛甘發散爲陽신감발산위양에 해당하고, 그러고 나서 삼베에 받쳐 짜면 또 주르륵 떨어질 때 이것은 酸鹹苦涌泄爲陰산함고용설위음에 해당한다 하겠다.
3. 酸(先)入肝 辛(先)入肺 苦(先)入心 鹹(先)入腎 甘(先)入脾
음식이든 약이든 오미를 먹으면 장부, 경락 어디 안 가는 데가 없지만 필요한 조직체에서 우선적으로 당겨쓴다고 내경에서는 先자를 썼다. 肝心肺腎은 春夏秋冬과 같이 生長收藏생장수장하는 것이 원래 성정이다. 간이 승달을 할 때 너무 연해질 우려가 있어 자연히 산미를 당겨와서 酸以收之(산이수지)의 도움으로 너무 물러지지도 않고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升達(승달)할 수 있게 된다. 열대 밀림의 나무가 빨리 크나 손톱이 들어갈 정도로 무른 반면 온대지방의 나무는 단단하다. 또 초목이 바람에 쓰러지거나 아예 바닥에 누워 자라지 않는 것도 예라 하겠다. 모든 동식물은 너무 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심의 성정은 여름 염상기운과 같다. 고입심의 고는 차다는 뜻으로서 심이 열이 많으므로 염상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자연히 찬 게 필요할 것이다. 폐의 성정은 가을 수렴기운과 같다. 폐가 수렴할 때 신미의 발산하는 기운이 합해야 수렴이 적당히 된다. 신의 성정은 겨울 수장 기운과 같다. 함미는 소변과 바닷물이 짜듯이 가장 아래로 잘 내려오는 미이다. 신은 牝藏으로서 수렴을 할 때 함이 이를 도와준다. 비는 유습한 곳이며 영양을 맡았다. 감미가 축축하게 진액을 도우므로 비위에서 먼저 활용한다.
4. 五味所過 -오미소과
이번에는 오미가 태과할 때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편식이나 과식, 藥의 誤用이 모두 포함된다.
○ 味過於酸미과어산하면 肝氣以津간기이진하며 脾氣乃絶비기내절하고
산미가 과하면 나루와 같이 肝氣에 물이 적어져서 조해지며 脾氣가 습해진다.
여기서 나루(津)는 강 중간에 비해 물이 적은 곳으로서 조해진다는 뜻이다. 산미의 수렴이 과하면 활동이 안 되어 모든 경락의 승달이 순조롭지 않아 유연하지 않게 된다. 활동이 안 되니 木克土 또는 風能勝濕을 못해 습기가 찬다. 처음에는 비위나 배에 습기가 차지만 나아가서는 기육에도 습기가 찰 것이다.
○ 味過於鹹하면 大骨氣勞하며 短肌하며 心氣以抑하고
함미가 과하면 대골이 약해지며 살이 찌지 않고 심기가 답답해진다.
함입신이 과하면 수렴이 지나쳐서 대골에 기혈이 출입이 잘 되지 않아 약해진다. 기육에도 진액이 가지 못하며, 신이 수렴이 과하므로 心身이 연락이 되지 않아 흉민이 된다.
○ 味過於甘미과사감하면 心氣喘滿심기천만하며 色黑색흑하고 腎氣不衡 비기부형하고
감미가 과하면 심기가 천만하고 안색이 어두워지며 신기가 편하지 않다.
감입비가 과하면 위가 활동이 되지 않아 습기가 차서 안색이 黃暗이 된다. 중초가 막히면 심신이 교제되지 않아 신기도 편치 않게 된다.
○ 味過於苦미사어고하면 脾氣不濡비기부유하고 胃氣乃厚위기내후하며
고미가 과하면 비기가 조해지고 위기가 유연하지 못한다.
고미는 苦燥, 苦寒이다. 고미가 과하므로 유습해야 할 비위가 조해져서 약해진다.
○ 味過於辛미과어신하면 筋脈근맥이 沮弛 저이하며 精神정신이 乃央내앙[殃]이니라
신미가 과하면 근맥이 막히고 시들어지며 정신이 피폐해진다.
발산이 과하므로 진액이 줄어져 근맥은 물론이고 정신에까지 영향이 간다.
5. 五味와 七情
내경은 원리를 응용하는 방식이다. 음식과 약의 과용뿐만 아니라 지나친 칠정도 이와 꼭같이 병을 일으키므로 오미의 자리에 칠정을 넣어보면 임상활용이 넓어진다.
味過於酸(미과어산)은 불평불만이나 우울, 주눅이 들거나 의기소침한 것과 비슷하고, 味過於鹹(미과어함)은 불안, 공포와 비슷하며, 味過於甘(미과어감)은 괜한 생각과 걱정 또는 사려과다와 비슷하고, 味過於苦(미과어고)는 조바심을 자주 내는 것과 비슷하며, 味過於辛(미과어신)은 성을 자주 내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