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서문

 

말띠 여자는 드세다.

한평생 돌아다녀야하는 팔자라는 '역마살'이 있다.

이성을 유혹하는 팔자라는 '도화살'이 있다.

만사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삼재살'이 있다.

부부가 서로 원수처럼 헤어지게 된다는 '원진살'이 있다.

새해가 되면 많이 보는 '토정비결'의 점괘도 무시할 수 없다.

태어난 시간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주'도 무시할 수 없다.

전 국민의 1/3이 믿는다는 '궁합'은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위의 이야기 중에서 한 가지라도 인정한다면 '60갑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위의 이야기들은 모두 60갑자를 근거로 하는 이론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그렇듯이, 이 바리러스에 감염되어 있어도 평상시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그러나 힘든 상황이 닥쳐오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혹시 나의 팔자 속에 이런 운명이 정해져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꼭 힘든 상황이 아니더라도 작동을 시작할 때가 있다. 대학 원서접수나 결혼, 또는 새로운 사업의 시작과 같은,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작동을 시작한다. 그에 따라 평상시에도 합리적인 생각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갑자기 전혀 엉뚱한 결정들을 내리곤 한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이유는 우리가 '적재적(積載的) 시간관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믿는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의 위험성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라도 이러한 관점에 근거한 사이비이론들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궁합이 좋지 않다는 말에, 마음에 드는 결혼상대를 놓칠 수도 있고, 흠잡을 데 없는 사윗감 · 며느릿감을 놓칠 수도 있다. 또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피를 흘리며 죽는다는 백호살이 있다는 말에 온갖 병이 생겨버린 중년여성처럼 될 수도 있다. "어느 한 여성은 32세가 지나서 시집을 가야 잘 산다는 점술가의 말을 듣고 32세 전에는 아무리 좋은 혼처가 나도 전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32세가 넘어서야 결혼을 했다"고 한다. "어느 여성은 한 번은 이혼할 팔자라는 점괘를 듣고 결혼한 후 아주 사소한 어려움조차 이기지 못하고 역시 내 팔자대로구나라고 체념하여 이혼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막기 위해 쓴 책이다.

 

주된 내용은 사주팔자와 60갑자, 그리고 동양의 시간관념에 대한 설명이다. 우선 사주팔자와 60갑자에 대해 기본적인 사항만이라도 알고 나면 위의 이야기들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동양의 시간관념에 대해 알고 나면, 그것이 동양인들의 사고방식과 지식체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이 왜 서양인들과 다른지, 현대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서양의 과학은 어떤 시간관념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부 사주와 음양오행 이야기'에서는 60갑자 바이러스의 꽃(최고버전)이라 할 수 있는 사주학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주를 얼마나 믿는지, 사주는 얼마나 맞는지, 사주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고, 사주를 세우는 법과 사주학을 이루고 있는 이론들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살펴봄으로써 사주학에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60갑자 이야기'에서는 사주학의 근거이자 동양의 전통문화에서 따로 떼어낼 수 없는 60갑자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그것을 통해 60갑자에 근거한 많은 이야기들(, 사주, 궁합, 토정비결, 오운육기 등)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3부 시간과 과학 이야기'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시간개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시간의 두 모습, '적재적 시간관념''공백적 시간관념'을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동양과 서양의 지식체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시간이란 것이 과학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서양과학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부록1: 황제 이야기'에서는 60갑자를 만들었다는 황제, 즉 우리나라의 단군과 같은 중국인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고고학과 역사학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황제가 우리 민족과도 매우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우리 민족과 가까운 존재로 알려진 치우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상나라와 우리의 고조선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며, 중국의 동북공정의 최종목표가 고구려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1부 사주와 음양오행 이야기

 

 

1장 사주를 얼마나 믿나

 

1.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주를 얼마나 믿을까?

 

2. 조선왕조실록의 사주팔자 기록

 

3. 중국의 대학자 주시의 사주에 대한 태도

 

4.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결혼풍습

 

 

 

2장 사주는 얼마나 맞나

 

1. 태어난 시간이 운명을 좌우한다?

 

 

2. 사주는 얼마나 맞나

 

# 프랑스에서의 실험

 

프랑스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20여 년 전,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학생들에게 백지를 나눠준 후 그들의 성명, 출생지, 생년월일과 출생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꾼 꿈을 적어내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모든 학생들에게 그들의 성격에 대한 개인별 분석 통지서를 나눠주고, 그것이 자신의 성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물었다. '매우 일치, 대부분 일치, 비교적 일치, 비교적 불일치, 대부분 불일치, 매우 불일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전체의 60%에 달하는 학생들이 그 결과에 대한 평가로 '매우 일치', '대부분 일치', '비교적 일치'를 선택했다. 과학자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받은 통지서를 큰 소리로 읽어보라고 했고, 학생들은 통지서를 읽는 도중 모든 통지서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일화가 "소위 초자연 현상이라 불리는 영역에서 흔히 일어나는 무수한 효과들의 비밀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들이 점성술사나 교주로서 학생들에게 소개된 것이 아니라, '거짓 신비를 벗기는 과학자'로 소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60%라는 수치는 의미심장하다고 말한다. 이 실험을 통해, 사주풀이가 60~70% 정도 들어맞는다는 통계가 사주팔자가 진리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실험은 사주팔자 말고도 점성술이나 카드로 꿈 풀이 등 다른 모든 운명을 말하는 이론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실험이다.

 

 

3. 사주는 통계다?

 

#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쓴 사주 비판서가 딱 한 권 있는데 사주팔자와 귀신이야기가 그것이다.

 

# "흔히 사람들은 '사주는 통계다'라고 말합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실례들을 모아서 얻은 통계에 근거한 것이므로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 그러한 주장의 허구성을 밝혀보겠습니다. ... 중략 ... 비명횡사할 팔자라는 책 항목을 보면 그 사주 이론에 맞는 비명횡사 당할 사람들의 예만 일방적으로 실려 있습니다. 비명횡사해야 할 사주지만 자연사한 사람들의 사주 예는 전혀 실려 있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비명횡사할 팔자가 아닌데 그런 운명을 맞이한 사람들의 예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사주 이론에 맞는 예들만을 모아 놓은 일방통행식의 통계일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주 책의 허구성입니다." (김광채, 사주팔자와 귀신이야기31-34)

 

#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20세기 10대 미스터리인 버뮤다 삼각지에 관해 BBC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의 결론은 버뮤다 삼각지와 같은 넓이로 전 세계 아무 곳이나 세 점을 찍고 그 지역의 비행기나 선박의 실종사고를 조사해보면 버뮤다 삼각지의 실종사고 통계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대개 기업들은 자신들의 돈과 관련이 있을 때 절대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실종사고와 관련된 기업은 보험회사다. 그러나 어떤 보험회사도 버뮤다 삼각지를 통과하는 비행기나 선박의 보험료를 더 비싸게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 회사들은 통계조사를 통해 버뮤다 삼각지가 특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4. 역술가들의 학문적 자부심과 좌절

 

 

 

3장 사주학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1. 중국 명리학의 태동

 

# 사주학은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쯤인 중국의 오대시대(907~960)에 만들어졌다. ... 중국 명리학의 시작은 사주학이 나온 때로부터 다시 1,000년을 거슬로 올라간 한나라 시대(B.C.206~A.D.220)부터다. ... 중국 명리학의 분명한 시점을 한나라시대부터라고 말하는 이유는, 한나라시대 이전에는 지금 우리가 말하는 사주팔자 같은 태어난 시간에 의해 개인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명리학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명을 계산하기 위해서 10· 12지가 사용된 최초의 책은 삼국시대(220~265)에 꾸안루에 의해 씌여졌다고 한다. 당시까지는 동양이건 서양이건 모두, 별들의 이상 변화를 보고 왕족의 운명이나 국가의 일, 또는 전쟁 가능성 등을 예측하는 천변(天變)점성술만이 있었다. 다시 말해 한나라시대 이전은 운명을 점치는 시대였지 운명을 계산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명리학에서 운명을 계산하는 도구인 음양오행론이 만들어진 시대가 한나시대였기 때문이다.

 

 

2. 중국 명리학의 제1차 혁명

 

# 왕츠옹은 명리학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명리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문제도 안겨 주었다. 그 문제는 참으로 곤란한 문제였다. 그것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운명이 '아기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가질 때' 이미 결정된다고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 결국 역술가들은 이와 같은(정확한 임신 시간을 알 수 없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바로 태어난 시간에 ''이 들어오는 것으로 명리학의 기본 원칙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한나라시대 왕츠옹 이후 수백 년 동안 내려오던 명리학의 역사적 전통이 잘못된 것이라고 부정해버리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는 당나라시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 이러한 '임신기준의 명리학'에서 '출생기준의 명리학'으로의 변화를 '명리학의 제1차 혁명'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가 저절로 생겼을 리는 없다. 뒤에 나오겠지만 이러한 변화는 당나라시대 물밀듯이 수입된 출생 시의 별자리를 기준으로 하는 이란과 인도의 점성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3. 중국 명리학의 제2차 혁명

 

# 당나라 시대에는 또 하나의 명리학 혁명이 있었다. ... 당나라시대의 유례없이 활발했던 동서 문화의 교류 덕분에 인도와 이란(페르시아)로부터 점성술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 중국 과학은 세 차례에 걸쳐 외래 영향의 물결과 맞닥뜨렸는데, 첫 번째 물결은 당나라시대인 600~750년에 불교를 비롯한 인도 사상과 함께 밀려왔다. 중국의 불교도들은 5세기 초부터 경전을 구하기 위해 인도를 향한 순례를 감행했고, 곧 대대적인 경전 번역 활동이 일어나 한동안 거의 200개에 달한 번역가 집단이 약 1,700권의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중국어로 옮겼다고 한다. 이 번역 활동에 편승하여 수학, 점성술, 천문학, 의학을 비롯한 인도의 세속 과학이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 특히 명리학과 관련해서는 인도와 이란의 천문학과 역법이 수입되어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립천문대에서 예고했던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중국의 위대한 천문학자로 손꼽히는 승려 이싱(一行)조차도 "예견된 시각에 일식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황제의 덕이 하늘에 영향을 준 결과"라고 말할 정도로 당나라의 천문역법은 과학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수입된 인도의 천문역법은 중국의 그것보다 훨씬 과학적이었고, ... 또한 8~9세기에는 페르시아 천문학자들도 중국에 와서 천문학과 점성술을 중국에 전했는데, 페르시아 천문학은 특히 식의 계산이나 행성 위치의 예측에 관한 바빌로니아 수학 및 천문학을 전해주는 통로 역할을 했으며, 중국의 것보다 발전되어 있었다고 한다.

 

# 리쉬종(李中虛)의 삼주학 ... 리쉬종은 태어난 년 · · 일의 천간 · 지지를 가지고 운명을 논했는데, 그것은 중국 명리학이 이전의 조잡하고 엉성한 수준을 넘어 일련의 체계를 형성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리쉬종을 '명리학의 개산조사'로 떠받든다고 한다. 이러한 리쉬종의 명리학을 '삼주학'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사주팔자 식으로 말하면 '삼주육자'가 될 것이다. ... 리쉬종의 삼주학은 이전의 명리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태어난 해, '생년 중심의 명리학'이 아니라 태어난 날, '생일 중심의 명리학'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앞에서 나왔던 '임신기준의 명리학''출생기준의 명리학'으로 바꾼 제1차 혁명만큼이나 혁명적인 변화였다. 이것을 '명리학의 제2차 혁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 리쉬종은 왜 년지 중심의 명리학을 일간 중심의 명리학으로 바꿨을까? 그것은 아마도 일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년지, 즉 띠를 중심으로 하면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성격이 같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음은 너무도 쉽게 드러난다. 그러니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다른 기준이 필요했을 것이다. (리쉬종은 아마도 인도와 이란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체계화된 7요 점성술 서적으로 보고 '1년 단위 - 12년 주기'''를 중심으로 하는 명리학이 '1일 단위 - 7일 주기''요일'을 중심으로 하는 서역의 명리학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하다 서역의 7요일에 대응하는 1, 10일주기(10)를 도입하였을 것이다.)

 

#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리쉬종의 삼주학은 당나라시대 중국 명리학계의 두 가지 혁명을 완성한 명리학이다. '임신기준의 명리학'에서 '출생기준의 명리학'으로의 변화와 '년지중심의 명리학'에서 '일간중심의 명리학'으로의 변화가 그 혁명의 내용이다.

 

 

4. 중국 명리학의 완성

 

# 리쉬종의 삼주학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명리학이었지만 설득력이 충분하지는 않았다. 생일이 같은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의 운명이 서로 같지 않은 것은 금방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당시 역술가들에겐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사주학은 만든 쉬쥐이(徐居易)란 사람이었다. ... 쉬쥐이의 어이디어는 하루라는 시간단위도 다시 나누어서 더욱 다양하게 분석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 결국 년 · · · 시의 천가 · 지지를 분석하는 사주학이 출현한다.

 

# 쉬쥐이의 사주학이 등장한 시기는 중국의 오대시대(907~960). ... 오대시대는 극심한 혼란기여서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기존질서들이 무너졌다고 한다. 지금부터 약 1,000년 전 쯤에, 이런 극심한 혼란기 속에서 사주학이 만들어졌다. 아마도 그러한 혼란기 속에서, 불안하기만 한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바램이 이런 학문을 만든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 이러한 시도(사주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더 세분하자는 것. 510, 612주처럼.)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밝히겠지만, 변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5. 참고: 이라크 · 이란 지역에서 기원한 7요 점성술

 

# 7요일법의 기원은 고대 동양이 아니라 중동지역의 수메르인과 바빌로니아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그들(수메르인들)7이라는 숫자를 매우 특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 그러나 달력만큼은 5일 단위의 일주일을 사용했다고 한다. 수메르문명을 흡수한 바빌로니아인들은 B.C7세기경에 이것을 고쳐서 7일 단위의 달력체계를 완성한다. 이로써 바빌로니아 시대에 이르러 오늘날까지도 유지되는 12개월-1년과 7-1주일의 체계가 확립되었다.

 

# 당시의 바빌로니아 점성가들은 ... 별들이 먼 순서대로 시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 첫날의 경우 토성이 제일 먼저 지배하므로 '토요일'이라고 부르고, 그 다음날 첫 시간은 해가 지배하게 되므로 '일요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일주일 중의 하루를 쉬는 전통도 이때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7요일법은 이후 유대인에 의해 채택되었다. 기원전 1세기 경에는 로마제국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되었고, 서기 321년에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247~337)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선포된다. 그는 7요일법을 도입하면서, 토요일을 안식일로 삼았던 유대인의 방식을 바꾸어 일요일에 일을 하지 못하도록 확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확정된 7요일법은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4장 사주 세우는 법과 문제점

 

1. 간지로 시간을 세는 방법

 

2. 년주와 월주 세우는 법

 

# 사주학에서는 절기력 11일을 사용한다. 절기력은 흔히 24절기로 부르는 역법으로 동양의 양력이다. 앞으로 이 책에서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인 그레고리양력은 그냥 '양력'으로 부르고, 절기력은 '절기양력'으로 부르겠다. 절기양력의 11일은 그 해의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일이다. ... 세시풍습에서는 음력 11일 설날을 기준으로 해가 바뀐다고 보고, 사주학에서는 입춘을 기준으로 해가 바뀐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기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다른 기준은 동지다. ... 두 번째 다른 기준은 대한이다. ... 세 번째 다른 기준은 소한과 대설이다. ... 사주학에서는 새로운 기운이 들어오는 한 해의 시작을 입춘이라고 본다.

 

# 사주학에서는 둘(양력 월 간지와 정기양력 월 간지) 중 어떤 월 간지를 사용할까? 년주와 마찬가지로 절기양력 월 간지를 사용한다. 그런데 왜 월 간지를 쓰는데도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음력을 쓰지 않을까? 그 이유는 쓰고 싶어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음력에는 윤달이란 것이 있는데 윤달에는 월 간지가 붙지 않는다. 윤달에 월 간지를 붙일 수 없는 이유는 윤달이 있는 해는 월이 13개가 되기 때문에 12지지가 하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 달은 비워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이어서 붙인다면 그 다음 해의 1월이 인월이 아니라 묘월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 사주학은 1년의 시작 시점과 12개월을 나누는 기준을 정할 때 철저하게 절기양력을 사용한다. 절기양력이란 태양의 이동을 기준으로 만드는 달력이다. ... 태양은 항성들 사이를 하루에 1도 정도씩 움직이는데 이 움직이는 길을 매일매일 죽 이어보면 하나의 길이 나온다. 그 길을 '황도'라고 부른다. 1년이 지나면 360도를 돌아서 처음 시작했던 자리까지 이어진다. 황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누면 24개의 점을 찍을 수 있다. 태양이 24개의 지점을 통과하는 날이 24절기가 된다. ... 태양이 가장 낮게 뜨는 날, 즉 막대기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는 날이 동지가 되고, 가장 높게 뜨는 날이 하지가 된다. 동지에서 하지로 가는 한가운데가 추눈이 되고, 하지에서 동지로 가는 한가운데가 추분이 된다. 절기양력은 이런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 절기양력의 24절기는 황도를 정확히 15도 간격으로 나눈 것이므로 절기와 중기의 시간간격은 약 15.22(365.2422÷ 24 = 15.2182)이 되고, 1달은 30.44일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렇지 않은데 그 이유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가 타원이라서 '케플러의 제2법칙'에 따라 태양에 가까워지면 빠르게 돌고, 멀어지면 천천히 돌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과 겨울의 1달의 길이가 다른데, 하지부터 소서까지의 1달은 3111시간이고, 동지부터 대한까지의 1달은 2910시간이다. 또한 춘분부터 추분까지의 하계 반년은 18610시간이고, 추분부터 춘분까지의 동계 반년은 17820시간이다. 1년을 똑같이 24등분하는 앞의 방법을 '평기법'이라고 하고, 실제 관측결과대로 정하는 뒤의 방법을 '정기법'이라 한다. 중국에서는 ... 1645년부터 정기법을 사용했다. 절기양력은 이처럼 철저하게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그레고리양력보다 훨씬 과학적이다.

 

# 이와 같은 24절기는 ... 대략 지금부터 2,000년 전쯤인 한나라시대에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24절기는 한꺼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동지 · 하지 · 춘분 · 추분 4절기만을 따졌었는데, 그 후 그 수가 8개로 늘어났고, 그 다음 다시 24개로 늘어난 것이다. 절기의 이름도 계속 바뀌었다고 한다.

 

 

3. 일주와 시주 세우는 법

 

# 년주를 세울 때 한 해의 시작이 언제인가라는 문제가 걸려있듯이, 일주를 세울 때에도 하루의 시작이 언제인가라는 문제가 걸려 있다. 124절기는 124시간과 정확히 대응한다. 24절기 중의 동지는 '자정'과 대응하고, 하지는 '정오'와 대응한다. 그렇다면 사주학에서는 새로운 기운이 들어오는 하루의 시작을 몇 시로 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한 해의 시작을 인월이라고 보기 때문에, 하루의 시작 시간도 당연히 인시로 보아야 한다. ... (실제 고대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 그러나 사주학은 만든 쉬쥐이는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시간은 '인월'이라고 보았지만, 새로운 하루의 시작 시간은 '자시', 23시라고 보았다. ...

 

그런데 20세기 초 중화민국시대에 들어서자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 ... 유명한 중국 역술가들이 23시가 아니라 0시가 하루의 시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른바 '야자시설'이다. 아마도 이것은 192511일부터 0시를 기준으로 정한 국제협약 때문일 것이다. 이 이론은 우리나라 사주학계에도 영향을 미쳐서 유명한 사주첩경이라는 책에도 채택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론은 현재까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역술가마다 자신들이 믿는 것을 기준으로 사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견해인 0시를 기준으로 하는 역술가들은 그것이 실제에 잘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23시를 기준으로 보던 쉬쥐이를 비롯한 수많은 역술가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참고로 하루의 시작 시간은 문화마다 달랐는데, 고대 이집트와 중세 유럽은 새벽을 기준으로 했고, 앗시리아와 인도와 근대 그리스 민족들은 해 뜰 때를, 아라비아인가 이탈리아 움브리아인은 정오를, 아테네와 고대 바빌로니아와 중동 민족과 유대인 등은 해 질 때를, 고대 그리스와 보히미아와 이탈리아의 민족들은 저문 때를 기준으로 했으며, 로마는 일출을 기준으로 하기도 하고 자정을 기준으로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한해의 시작 시간도 마찬가지다.

 

 

4. 대운과 소운 뽑는 법

 

# 사주학에서 말하는 대운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외부의 변수가 아니라, 태어나면서 사주와 동시에 부여받은 내부의 변수이기 때문이다. 도로에 비유할 수 있는 외부의 변수는 세운이다. 세운이란 그 해의 천간 · 지지를 말한다. 따라서 대운은 사주 ''에 있고, 세운은 사주 ''에 있다.

 

# 대운은 그 사람이 만나게 될 10년 단위의 또 다른 변수다. 이 변수 역시 간지로 표현된다. 앞에서 대운은 태어날 때 사주와 동시에 부여받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이 대운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바로 월주에 숨어있다. 결국 대운이론은 태어난 시점의 월주를 통해 그 사람이 살아가면서 10년마다 만나게 될 운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태어나는 순간 앞으로 만나게 될 운도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 대운이론을 알고 나면 우리는 승객의 수가 항상 10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명이 바뀌기는 하지만 차 안의 분위기를 분석하려면 8명 만으로 분석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사주를 분석한다는 것은, 10명 모두를 분석하는 것이고 10년마다 변화하는 인생의 8~9개의 시기를 모두 분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역술가들은 사주를 분석할 때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운까지 포함한 오주십자를 분석하는 것이다.

 

# 시주에서 파생시킨 운을 소운이라고 한다. 비유하면 1년 단위로 예약이 되어 있는 변동승객들인 셈이다. 예약한 사람은 시주에 있는 두 사람이다. ... 소운까지 포함하면 사주학은 고정승객 8명과 변동승객 4명을 가진 이론이다. 612자의 관계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5. 2의 운과 바이오리듬

 

# (소운에 대해) 이렇게 다른 이론들이 있었다는 것은 사주이론이 어느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당시까지의 다양한 이론들이 흡수되고 변형되면서 태어났고, 이후에도 다양한 이론들과 함께 성장한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 바이오리듬 이론은 대표적인 사이비과학이다. ... 이 이론은 독일의 외과의사인 프리즈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한다. 프리즈는 1906년에 남성에게는 23일의 주기가 있고, 여성에게는 28일의 주기가 있다는 가설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주기는 과학적 조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지 두 숫자를 더하거나 빼고 조합하면 여러 가지 숫자를 만들 수 있다는 신비주의적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특히 여성주기는 여성들의 생리주기에 근거하여 정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1928년에 자칭 연구가들이 '남성주기''여성주기''육체리듬''감정리듬'으로 이름을 바꾸어 남녀구별을 없애고, 다시 여기에 '지성리듬'이라는 것을 추가하여 인체에는 세 가지 리듬이 있다는 이론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다시 이 세 가지 리듬이 생일부터 따져서 계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결합되어 현재와 같은 모습의 이론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바뀌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엉뚱한 이론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그 허구성이 밝혀졌다.

 

 

 

5장 사주학의 이론과 문제점

 

# 최초로 설명된 10· 12지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태어나고 변화하는 과정을 식물 · 인체 · 방위 · 계절 등에 빗대어 단계별로 말하는 것이다. 특히 ''''이란 용어와 '· · · · 중앙'이란 용어를 이용하여 천간 · 지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란 용어는 ... 음양론에서 나오는 용어이며, '· · · · 중앙'... 오행론에서 나오는 용어다. ... 이렇게 음양오행을 이용하여 10· 12지에 의미를 부여한 이론을 '간지음양오행론'이라고 한다. 음양론과 오행론은 각각 춘추 · 전국시대에 별개의 이론으로 내려오다가, 전국시대 후반에 하나의 음양오행론으로 결합되기 시작하였고, 한나라시대에 이르러 결합이 완성되었다. ... (간지와 음양오행의 결합방법을 보면, 당시 오행론이 음양론보다 영향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간지음양오행론을 '간지오행음양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한나라시대의 중국인들은, 근대과학을 만들어낸 유럽인들처럼, 자신들이 만들어낸 '음양오행론'이라는 새로운 방법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이용하여 자연과 우주의 법칙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넘친다. 그 이전까지 점을 쳐서 하늘의 뜻을 여쭈어보는 인간에서, 스스로 하늘의 법칙을 발견해나가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주술적인 인간에서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인간으로 성숙한 것이다. 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이었던 신들까지도 '나무 · · · · '로 분류한 것을 보면 그들이 자신들의 방법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가졌는지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음양오행론을 만들어낸 한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은, "한나라 사람들은 특별하다"는 중화사상을 완전히 뿌리내리게 한다. 근대과학을 만들어낸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이나 아시아인들을 미개인 취급했듯이 말이다. 이러한 시대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모든 대상을 '나무 · · · · '로 파악하는 작업을 전면적으로 진행시켜 나갔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갑론을박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학의 초기 모습을 보면 이와 같은 혼란을 잘 볼 수 있다.

 

# 운기학을 이용하여 그 사람의 태어난 시간의 기운을 계산해서 질병치료에 응용하는 이론이 있는데 그것을 '운기체질론'이라고 한다. 한의사들에게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 운기체질론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이론인데, 수지침이론을 만든 유태우 선생이 체계적으로 이론화시켜 놓았고, 때문에 수지침학회를 중심으로 많이 연구하고 이용하는 것 같다. ... 한쪽에서는 갑의 기운을 '나무'의 기운이라고 보고 진지하게 운명을 상담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갑의 기운을 ''의 기운이라고 보고 생명을 대상으로 치료행위를 하고 있다. 한 역술가는 이런 황당한 현상을 보고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우선 가장 첨예하게 대립이 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오윤육기론. 팔자용신론. 이 두 가지 견해는 전혀 해석방법이 다릅니다." 오운육기론은 운기학을 말하고, 팔자용신론은 사주학을 말한다. 과연 어느 이론이 맞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판단이 명확해질 것이다.

 

# 간지오행음양론에 대한 설명을 마치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어느 이론이 맞고 틀리건 간에 분명한 것은 10· 12지의 '나무 · · · · ' 배속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간지오행음양론이 일부 동양학자들의 말처럼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거나 중국신화의 전설적 존재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그것의 역사가 3,500년 정도 되는 중국의 역사와 함께 출현한 것이 아니라 고작 2,000여 년에서 1,500여 년 정도밖에 안되었다는 점이다.

 

# 오행의 상생론, 상승론, 휴왕론은 모두 약 2,000년 전의 한나라시대에 이미 완성된 이론들이다. 오행의 상생상승 이론은 "우주 만물이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서로를 제어하기도 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이론이다. ... 철학적으로 보았을 때 오행상생상승론은 이와 같이 사회 속에서의 복잡한 상호 협조와 견제관계를 단순하게 설명하는 하나의 '모델'로서 훌륭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론이 자연과학적인 용도로 쓰여지면서 '모델'이 아닌 '진리'로 오해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오행론의 문제점은 이미 중국과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철저하게 비판받았다. 중국의 경우 ...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철저히 비판되어 20세기에는 더 이상 비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 조선의 경우도 오행론은 학자들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최한기 등의 실학자들이 오행론을 부정하고 비판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 조선시대의 한국은 그러한 인구이동(온병학을 발생시켰던)이 일어날 수 없는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즉 중국에 비해 지극히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지리적 기후적 변수에 의한 질병의 차이는 크게 중시될 수 없었다. 때문에 질병을 발생시키는 또 다른 변수가 한국의 의학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바로 '인간'이라는 변수이며, 보다 정확하게는 '마음'이라는 변수다. '외부의 자연환경'이라는 변수가 아닌 '내부의 심리환경'이라는 변수가 주요 관찰대상이 되었다. 그러한 관점의 싹은 이미 1613년에 편찬된 동의보감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 또한 외부의 천지자연이 아닌 '인체'를 앞세우고 그것을 중심으로 질병을 분류한 것도 동양의학사에서 허준 선생이 최초로 시도한 것이었다. ... 그후 1644년에서 1742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사암침법을 만든 사암도인 역시 책이 서문에서 "의사들은 사람들의 칠정의 부침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조선시대 의사들의 마음을 중시하는 관점이 익을 대로 익어 하나의 열매를 맺은 것이 바로 조선 후기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이다. 사상의학의 독특한 면은 다양한 면에서 나타나지만 가장 큰 특징은 '마음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생리와 병리에 접근한다는 점이다. ... 한국의학이 사상의학 같은 마음의 의학을 탄생시킨 배경에는 지리적 차이가 크지 않은 좁은 땅덩어리와 아울러 고려시대의 불교와 조선시대의 유학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홧병이 많은 우리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 어쨌든 사단칠정론처럼 수백 년 동안 마음이란 문제를 가지고 치열한 토론을 했던 조선의 성리학은 사상의학의 탄생에 직접적인 밑거름이 되었다. ... 중국의 유학이 천지자연의 이치인 '물리학' 쪽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컸다면, 한국의 유학은 인간마음의 이치인 '심리학' 쪽에 관심이 컸던 것이다. ...

 

어찌되었든 앞으로 미래의 의학은 눈에 보이는 육체의 문제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상의학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어설픈 가설에 불과한 수많은 전통시대 마음의 의학과는 달리 심리-생리-병리-약리까지 완비된 의학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그것의 임상적 가치가 전국의 한의원에서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마음의 의학''체형의 의학'이나 '음식의 의학'으로 오해되고 있고, 보편적인 심상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등 아직도 해결해야할 수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조선시대 전 지식인의 노력이 녹아있는 사상의학은 한국과학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 이제마의 마음--질병-약물의 관계에 대한 뛰어난 통찰은 인간과 생명을 연구하는 모든 과학도들에게 끊임없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 사주를 본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듯이 역술가가 알아서 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역술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그 과거와 가장 잘 맞아 들어가는 용신을 찾은 다음 그것에 근거해서 미래를 추측해 보는 것이다. 따라서 사주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인터넷으로 사주를 본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이야기다. 용신은 참으로 흥미로운 장치다. 용신이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즉 용신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사주이론의 예측이 틀리더라도 사주학에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역술가에게 책임이 돌아가도록 되어있다. 결국 용신은 사주학이라는 학문이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장치인 것이다.

 

 

 

260갑자 이야기

 

612지기월법과 12지기시법

 

# 4개의 간지기시법(간지기년법, 간지기월법, 간지기일법, 간지기시법)을 풀어서보면 4개의 '10간기시법'4개의 '12지기시법'으로 나뉘어진다. 8개의 기시법이 나온다. ... 8개의 기시법 중에서 과학적으로 분명한 근거가 있는 기시법은 '12지기월법''12지기시법'이다. 자연에는 분명히 사주학에서 말하는 저기양력 기준의 12, 1년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따라서 12지기월법은 태양의 연주운동에 근거한 아주 과학적인 기월법이다. 또한 자연에는 태양의 일주운동에 근거한 12(24시간), 1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따라서 12지기시법 역시 아주 과학적인 기시법이다.

 

# 역술가들은 "사주학은 태양계에 존재하는 태양과 달과 오행성의 천체운동에 근거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태양과 달과 오행성의 위치를 기록한 것이 천간 · 지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야기에는 상식적인 오해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태양의 위치를 따지므로 "태양이라는 천체운동에 근거한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사주는 음력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달의 위치와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달이라는 천체운동에 근거한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또한 다섯 개의 행성들은 전진과 후퇴를 '불규칙적으로' 반복하면서 이동한다. 따라서 그 위치는 사주에서 사용하는 간지기시법의 60갑자처럼 '규칙적'으로 표현될 수 없더. 그러므로 "오행성의 천체운동에 근거한다"는 말도 맞는 말이 아니다. ... 따라서 사주학은 오직 '태양'하고만 일부 관계가 있다.

 

#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한 행성은 다섯 개다. 따라서 동 · 서양 모두 행성들의 수가 다섯이라는 생각을, 1781년 영국의 허셀이 천왕성을 발견하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늘이 행성이 다섯 개라는 사실은 동양의 고대인들에게 '다섯' 이라는 수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천문학적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오행성은 춘추전국시대에 오행론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자연주의적 정당화]을 했을 것이다. 그롭터 약 2천년 후인 청나라시대, 서양에서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접한 오행론 신봉자들은 엄청난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충격은 모두에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음양오행의 기운이 천체운행이라는 현상보다도 더 우위에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발견이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태양이 높이 뜨기 때문에 여름이 생긴다고 이해한 것이 아니라, 여름이기 때문에 (양의 기운에 의해) 태양이 높이 뜬다고 이해했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발견이었다. 이와 같이 천체운동에 의해 음양오행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에 의해 천체운동이 발생한다"는 관점을 '교폐설(交閉說)'이라고 한다. 홍대용은 이러한 교폐설이 틀린 것이며 태양의 위치 변화에 의해 음양이 파생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춘추시대 초기의 음양개념은 홍대용과 같은 생각이었으나 후대에 형이상학화되어 자연의 운행을 지배하는 존재로 이해되어 교폐설과 같은 이론이 출현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가 천체운동에 근거하는 서양의 점성술과 다른 간지오행에 근거하는 동양의 명리학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7장 간지기년법 (10간기년법과 12지기년법)

 

# 갑자년, 을축년 하는 식으로 년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지금부터 약 2,000년 전인 한나라 시대(B.C.206~A.D.220)부터 시작되었다. ... 아마도 어떤 분은 간지기년법이 2,000년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왜냐하면 간지기년법의 기원이 아주 오래되었다는 속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 유왕기사기년법

 

간지기년법이 2,000년밖에 안 되었다면 그 이전에는 어떻게 년을 표기했을까? 현재 중국에서 정확하게 역사적 실체가 밝혀진 가장 오래된 나라는 상나라(B.C.1,600(?)~B.C.1046). ... 상나라 후기 사람들은 ... 왕이 조상들에게 지내는 제사를 기준으로 해를 세었다고 한다. 왕이 조상들에게 제사를 다 지내는데 1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즉 상나라 사람들은 '1, 2, ..., 2006'이라는 식으로 해를 세지 않고 '유왕1, 유왕2, ..., 유왕2006'라는 식으로 해를 세웠다. ... 금방 이해가 가지 않는 이 방식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이라는 방식이 '곡식의 익음'에 근거하는 것임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1', '2'이라는 말은 '1차 곡식의 익음', '2차 곡식의 익음'이라는 뜻이다. 유목민들은 풀이 무성해진다는 '()'라는 말로 해를 부른다고 한다. '1차 풀의 무성함', '2차 풀의 무성함'이라는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곡식의 익음이나 풀의 무성함을 기준으로 해를 세는 것이나, 왕조의 제사를 기준으로 해를 세는 것이나 반복되는 현상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 즉위기년법

 

상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시대에 들어와서야 지금과 같이 년()으로 기년하는 방법이 분명하게 등장한다. ... 지금과 같은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기년하는 방식은 주나라시대에 시작된 것이다. ...

 

# 천체운동에 근거한 기년법

 

유왕기사기년법이나 즉위기년법은 모두 천체운동과는 무관한 왕조의 변화에 근거한 기년법이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천체운동과 관련된 기년법은 춘추시대(B.C.771~B.C.473)에 등장한다. ... 고대인들은 현대인들보다 하늘에 별에 대해 훨씬 관심이 많았다. 왜냐하면 하늘의 별이 계절이나 시간의 변화를 알려주는 달력이나 시계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가장 먼저 관찰을 시작한 천체는 달이었을 것이다. 옛날 석기시대 사람들은 제일 먼저 달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관찰했을 것이다. 초승달에서 반달(상현), 반달에서 보름달로, 보름달에서 반달(하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달에서 그믐달로 변하는 달의 모습은 신비하고 황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날짜를 세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이용된 모든 역법은 달을 토대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문득문득 달을 보다가, 달이 별들 사이를 슬금슬금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어느 정도씩 움직이는가하면, 두 시간에 1도 정도 움직인다. 하루 밤 동안 계속 달이 떠있다면,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약 6도 정도를 이동하는 것이다. 하늘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돌기 때문에 별도 달도 모두 서쪽으로 돌지만, 하늘을 고정시키고 보면 달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즉 하늘이 도는 반대 방향으로 약간 이동한다. 달은 한 달(27.3) 동안 360도를 돌기 때문에 하루 동안에는 13도를 돌고, 밤 동안에는 6도를 돌게 되는 것이다. (: 달이 28수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7.3일이고, 달이 보름에서 다음 보름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9.5일이다. 앞의 한 달은 '항성월'이라고 하고, 뒤의 한 달은 '삭망월'이라고 한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그 시간동안 지구도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달의 이동을 관찰하면서 주위의 별들을 자연스럽게 관찰했을 것이다. 관찰 결과, 달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별들을 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별들을 외우기 쉽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별들을 묶어 별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별자리들을 28개로 묶었는데, 그것이 바로 28(宿). ... 28수는 28개의 여인숙, 즉 여행인 숙소라는 뜻이다. 여인숙은 숙(宿)자와 28수의 수(宿)자가 같은 한자다. ... 여기서 여행인은 물론 달이다. 우리가 서울에서 부산을 간다면 ... 거리가 일정하지 않지만 수원, 평택, 천안을 지난다고 말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28수는 바로 그러한 하늘의 수원 · 평택 · 천안이다. 즉 좌표다. 주의할 것은, 28수는 수원역 · 평택역 · 천안역이 아니라 수원시 · 평택시 · 천안시라는 것이다. 지점이 아니라 구역이다.

 

28수가 만들어지기 전에, 하늘의 별자리를 묶을 때 몇 개로 묶을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달이 하늘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즉 한 달이 약 27.3일이므로, 그러한 날짜와 비슷한 수가 선택되기 쉬웠을 것이다. 또한 하늘을 네 토막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4의 배수가 되는 수가 선택되기 쉬웠을 것이다. ... 어찌되었든 28개의 별자리들이 만들어진다. 그들은 하늘을 네 토막으로 나누어 동 · · · 북으로 구분하고 각각 7개의 별자리들을 배당한다. ... 그들에게 28수는 하늘에 붙어 있는 달력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 주목했던 천체는 태양이었을 것이다. ... 새벽녘과 저녁에 해진 직후의 별자리를 통해 태양 역시 별들 사이를 이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태양 역시 달이 지나가는 길과 비슷한 길을 가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달이 1달에 한 번씩 이동하는 그 길과 비슷한 길을, 태양도 1년에 한 번씩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달이 약 12바퀴를 부지런히 도는 동안, 태양은 1바퀴를 도는 것이다. 달이 지나가는 길을 '백도(白道)'라 하고, 태양이 지나가는 길을 '황도(黃道)'라 하는데 이 두 길은 비슷한 것이다. 그리고 백도는 그때 그때 달라지는 반면, 황도는 항상 일정함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태양과 달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28개의 별자리들이 더욱 특별하게 취급되었을 것이다.

 

# 세성기년법

 

그런데 오랜 시간 관찰을 계속하면서, 달과 해가 지나가는 28수 사이를 어떤 별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별들은 모두 고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대인들에게 그것은 커다란 놀라움과 두려움을 주었을 것이다. ... 그 별은 곧 해와 달처럼 한 단계 승격되어 특별한 별이 되고, 특별한 숭배의 대상이 된다. 그 별의 이름은 '세성(歲星)'이다. 상나라 시대 갑골문에는 해와 달과 마찬가지로 세성에도 왕이 직접 맞이하는 제사를 올리는 기록이 무수히 나와 있다. 세성이라는 별이름은 그로부터 1,000여 년 후 전국시대에 오행설이 등장하면서 나무의 기운을 가진 별로 규정되어 '목성'으로도 불리게 된다.

 

세성이 발견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 세성이 대략 12년 주기로 하늘을 돌고 계신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와 같은 12년 주기를 이용해서 해를 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양이 28수를 한 바퀴 도는 1년을 12개로 나누어 12달을 만들듯이, 세성이 28수를 한 바퀴 도는 1'세성주기'12개로 나누어 12년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12라는 숫자를 특별한 숫자로 생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한 방식이 등장한 것은 춘추시대다.

 

그들은 우선 세성이 이동하는 28수를 다시 3~4개씩 묶어서 12자리로 구분한다. 그래야만 세성의 위치를 기준으로 년()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자리를 '12()'라 부른다. 28수가 수원시 · 평택시 · 천안시였다면, 12차는 경기도 · 충청도 · 경상북도 같은 것이다. ... 12, 즉 세성의 위치를 말하기 위한 좌표가 만들어짐과 동시에 사람들은 세성의 위치를 기준으로 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세성이 1년에 1차씩 이동하므로 그 차를 기준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이것이 바로 '세성기년법'이다.

 

# 태세기년법

 

두 가지 방법(세성기년법과 12) 중에 사람들이 더 잘 알았던 방법은 12(12차와 반대로 하늘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순으로 구분해나가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날짜를 세는 12지와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세성기년법을 사용하는 데 불편을 느꼈다고 한다. 이 문제를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치는 점성가들이 해결한다. 그들은 세성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별을 만든다. ... (세성의 방향과 반대인 자축인묘의 방향으로 날짜를 세어야 하니 세성의 방향과 반대로 가는 별의 존재가 필요했던 것.) ... '가짜 세성'을 만든 것이다. '가짜 세성'의 이름은 '태세(太歲)'. ... 점성가들은 이 태세를 진짜 세성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도록 했다. ... 태세는 왜 만들어졌을까? 단순히 세성기년법이 불편해서 만들어졌을까? 물론 그런 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불편했던 사람들은 점성가들이었나 보다. 태세기년법은 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 이렇게 태세가 만들어짐으로 해서 점성가들은 다음과 같이 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태세가 인()이라는 방위에 있는 해[태세재인(太歲在寅], ... 식으로 말이다.

 

# 세양세음기년법

 

전국시대에 12년 주기로 하늘을 도는 가짜별 '태세'를 만든 점성가들은, 10년 주기로 하늘을 도는 '또 다른 태세'도 만들어낸다. 그러한 아이디어는 분명 간지로 날짜를 세던 당시의 기일법에서 나왔을 것이다. 12일 주기와 짝을 이루는 10일 주기가 있듯이, 12년 주기와 짝을 이루는 10년 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별을 비록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우주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또 하나의 별을 만든 것이다. '또 다른 태세'를 만든 목적은 결국, 12년 주기의 태세기년법과 짝하는 10년 주기의 기년법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 이와 같이 '또 다른 태세'에 따라 기년하는 '또 다른 태세기년법'이 만들어짐에 따라 기존의 태세기년법과 혼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혼동을 막기 위해 '세양(歲陽)''세음(歲陰)'이라는 용어를 도입한다. 10년 주기로 도는 태세를 '세양'이라고 하고, 12년 주기로 도는 태세를 '세음'이라고 정리했을 것이다. ... (세양이 없을 때의 태세기년법을 '태세기년법'이라 부르고, 세양이 나온 후의 태세기년법을 '세양세음기년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태세기년법은 점성가들이 만든 것이다. ... 점성가들은 12년 주기의 태세기년법을 만들고 나서 이것을 대대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1년에 12월이 있듯이, 12년 주기의 1'세성주기'가 있다. 따라서 1년에 4계절이 있듯이, 1'세성주기'에도 4계절이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 어느 날, 점성가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이 발견된다. 바로 세성의 주기가 12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진 것이다. ... 리우신(B.C.53?~A.D.25)에 의해 세성의 주기가 12년이 아니라 11.86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 과학사의 쾌거인 이 발견은, 점성가들에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할만한 발견이었다. 왜냐하면 [12년 주기가 있다는 전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 0.14년이라는 오차가 누적되어 82년이 지나면 12진의 한 칸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즉 진을 넘아가는 현상인, '초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성과 (세성이 12년주기로 돈다는 가정하에 12년 주기로 만든) 태세는 전혀 관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태세는 하루 아침에, 세성과 짝을 이뤄 돌던 하늘의 별에서, 지상의 인간들이 종이 위에 그린 별로, 즉 지상의 인간들의 머릿속에서 도는 별로 전락한 것이다. ... 결국 초진현상이 발견된 당시까지 수백 년 동안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12년 주기의 이론들이 한 순간에 엉터리 이론이 되어버린 것이다.

 

# 간지기년법

 

당시의 역법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점성가들이 만든 엉터리 세양세음기년법을 계속 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역법가들은 세성이나 태세와의 관계를 없앤 새로운 기년법을 만든다. 그것이 바로 간지기년법이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간지기년법은 세양세음기년법과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왜냐하면 10년 주기와 12년 주기라는 (천문학적 근거가 없는) 세양세음기년법의 주기를 그대로 빌려왔기 때문이다. 단지 복잡한 용어를 간지라는 단순한 용어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둘을 같은 것으로 보면 오산이다. 그것은 간지기년법이, 초진법의 발견으로 인해 과학적 생명력을 잃은 태세 개념을 기년법에서 빼버리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태세기년법의 비과학성에 사망선고를 내린 다음, 간지기년법 역시 천문현상과 상관없는 기년법임을 분명히 알고 만든 기년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 12년 주기가 '자연적 주기'가 아닌 '인위적 주기'임을 알고 만든 기년법이다. ... 간지기년법은 이렇게 해서 태어난 기년법이다. 즉 한나라시대 역법가들의 위대한 과학적 성취를 배경으로 탄생한 기년법이다. 물론 간지기년법 자체가 과학적인 기년법이라는 말은 아니므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 또한 한나라시대 역법가들은 태세기년법 말고도 중국인들이 우주에 대해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는다. 대표적인 것이 천년만년 지나도 하늘의 움직임 즉 천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틀린 생각임을 깨닫는다. ... 과학적 천문지식은 계속 발전하여 진나라 시대 위시(307~388)가 세차현상을 발견하는 밑거름이 된다. ... 이에 따라 천년만년 사용할 수 있는 완전한 역법은 만들 수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 그렇지만 그러한 과학적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이와 관련된 우주론의 문제를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때는 청나라시대인 17세기였다고 한다. 따라서 당시의 점성가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단지 복잡한 '세양 · 세음'이 간단한 '천간 · 지지'로 바뀌었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즉 간지기년법도 태세기년법과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열두 동물로 상징되는 ''이다.[띠는 12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사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 12지에 12동물이 결합된 것은 바로 간지기년법이 등장했던 후한시대다. 과학적인 발견에 아랑곳없이 한족에서는 계속 태세기년법적인 생각을 심화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말하기 쉽고 재미있는 쥐띠 · 소띠 · 호랑이띠 이야기를 등에 '태세'는 이후 동양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진다. 지금도 국어사전에서 태세를 찾아보면, '점성가들이 만든 목성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가상의 천체'라는 식의 설명이 나오지 않고, '그 해의 간지', '그 해의 육십갑자'라는 설명이 나온다. 세양세음기년법을 간지기년법과 같은 것으로 오해한 점성가들의 관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2,300년 전 중국인 점성가들의 머릿속에서 돌기 시작한 태세가 지금까지도 한국인들의 머릿속에서 돌고 있는 것이다.

 

# 간지기년법 결론

 

지금까지 사주의 년주(年柱)를 받치고 있는 간지기년법이라는 주춧돌이, 어떤 천체운동에 근거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보시다시피 천체운동에 근거하지 않는다. 우주에는 10년 주기로 도는 천체도, 12년 주기로 도는 천체도 없다. 간지기년법은, 세성이라는 천체운동과의 끈도 끊고, 또한 점성가들이 만든 태세라는 우주귀신과의 끈도 끊고, 독자적으로 돌아가는 '순서'를 말하기 위해 만든 기년법일 뿐이다. 간지기년법이 '갑을병정''자축인묘''가나다라', '1234', 'ABCD'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순서일 뿐이다. ... 물론 처음에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천문현상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관점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합리적인 생각에서 나온 간지기년법에다가 태세라는 우주귀신을 결합시켜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문화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그러한 문화는 다음과 같다.

 

쥐띠 · 소띠 · 호랑이띠 등의 12동물 띠 이야기

삼재살 · 도화살 · 백호살 · 원진살 등의 사람 잡는 신살이론

년간 · 년지를 가지고 운명을 이야기하는 사주명리학

신살이론과 사주명리학을 토대로 하는 궁합문화

년간 · 년지를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는 운기처방과 운기체질론

 

# 역사를 도외시한 과학연구의 문제는 동양의학의 경락 연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황제내경의 기원이라는 책을 번역한 김기왕 선생은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경락은 발견되었다기보다는 발명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적당한 대상이다. 그러한 발명이 있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지 않은 채 귀납적 방법으로 경락 실질을 밝혀내려는 것은 분명 그 시작이 잘못된 것이다. ...... 실험적 방법으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답해야 할 문제들이 오히려 원전의 연구를 통해 간단히 해결되는 경우가 한의학 분야에는 무수히 많다." 어찌되었든, 사주학이 되었든 운기학이 되었든 간지기년법을 근거로 논하는 모든 동양학의 이론들은 '태세'라 불리는 두 개의 허깨비를 근거로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8장 간지기일법 (10간기일법과 12지기일법)

 

# 이 장에서는 간지로 날짜[]를 세는 방법이 어떤 천문현상에 근거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유는 사주팔자가 바로 간지기일법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 또한 간지기일법이 네 가지 간지기시법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시법이기 때문이다.

 

# 상나라는 은나라라고도 하는데 현재 역사적 실체가 확실하게 밝혀진 최초의 국가다. ... 상나라를 무너뜨린 주나라의 문화수준이 상나라보다 훨씬 떨어졌을 정도로 상나라는 높은 문화수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 그들의 문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가 알고자 하는 간지기일법이 근거로 하는 천문현상은 매우 독특한 그 시대의 문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 상나라의 문화는 한 마디로 '()과 무()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나라 사람들에게 이 세계는 신들의 세계였다. 물론 상나라 말기에 조상신을 제외한 신들이 몰락이 있었지만 그 전까지는 자연의 모든 대상이 숭배의 대상이었다. , , , , , , 구름, 바람, 번개 등이 모두 숭배의 대상이었고 제사의 대상이었다. ... 이러한 상나라시대의 문화 속에서 우리가 알고자 하는 10· 12, 60갑자로 날짜를 세는 방식이 만들어졌다. 즉 신들이 인간들을 지배했던 시대의 인간들이 만든 기일법인 것이다.

 

# 10간 기일법

 

이제부터는 ... 간지기일법이 어떤 천체운동에 근거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간지기일법 중에 10간기일법부터 살펴보자. ... 중국의 신화 중에 태양과 관련된 흥미로운 신화가 있다. 이 신화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열 개의 태양' 신화, 즉 우주에는 열 개의 태양이 있다는 신화이고, 또 하나는 '태양 쏘기 신화', 즉 열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서 그 중에 아홉 개의 태양을 화살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신화다. ... '열 개의 태양' 신화는 바로 우리가 알고자 했던 바로 그것, 즉 상나라시대 사람들의 우주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인간에게는 천성적으로 알려는 욕구가 있다. 이 명제는 인류 문화에 있어서 발달된 단계나 저급한 단계를 막론하고 똑같이 적용된다. 알려는 욕망은 문명인만의 특권이 아니다. ..... 원시인의 이러한 기본적 질문에 대한 이론적이고 과학적인 답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신화가 개입하는 것은 바로 여기이다. 즉 당시로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대한 답을 신화만이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화는 우주의 해석자가 되고, 또한 인간 행위의 본질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하였다.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대답은 매우 불합리하고 환상적으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이 기이하고 터무니없는 해답은 인간에서 있어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괴로움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래도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 (김근,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열 개의 태양' 신화는, 상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상나라가 지배하던 범위 밖에 있던 지역의 사람들까지도 믿었던 당시의 보편적인 우주관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상 민족의 기원 신화를 살펴보면 '열 개의 태양' 신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열 개의 태양' 신화는 그들의 우주관일 뿐만 아니라 그들 민족의 기원신화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점을 알고 나면 이 신화가 상나라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신화였는지 충분히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태양이 10개이며 그 태양들은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었던 상나라 사람들은 그 10개의 태양들을 어떻게 불렀을까? ... 그것은 바로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갑, , , , , , , , , , 10간이다. ...

 

상나라 사람들이 생각했던 우주의 모습은, 10개의 태양이 동쪽의 큰 상나무에 있다가 순서대로 하나씩 하늘로 떠오른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올라온 태양의 이름을 따서 '()'이라는 태양이 올라오신 날을 '갑일(甲日)'이라 부르고, '()'이라는 태양이 올라오신 날을 '을일(乙日)'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알고자 하는 10간기일법이 근거로 하는 천체운동이다. 다시 말해 10간기일법이 근거로 하는 천체운동은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10개의 태양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하늘로 오르는 규칙적인 운동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 입장에서 보면 10간기일법은 정확한 천체운동에 근거한 지극히 타당한 기일법이었던 셈이다. ...

 

상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 사람들은 태양이 하나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상나라의 문화를 바꿔야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 그들은 결국 신화적인 문제를 신화적으로 풀어버리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옛날에는 열 개의 태양이 있었는데 하루에 하나씩 오르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없애버리게 되었다고 말이다. 9개의 태양을 없앰으로써 그들은 상 민족을 없애고자 했던 것이다. 신화가 없어지면 그 민족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 그에 따라 올라오는 태양의 이름에 따라 날[]을 부르던 관습은 태양과는 상관없는 가나다라, ABCD와 같은 하나의 순서에 지나지 않게 된다. ... 9개의 태양이 땅에 떨어진 이후에는 단지 날짜를 가리키는 용어로 의미가 축소된 것이다. 결국 천체운동에 근거하는 '자연적인 기일법'에서 천체운동과는 관계없는 '인위적인 기일법'으로 바뀐 것이다. 앞의 간지기년법에서 살펴보았던 변화와 동일한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자연적인 기년법'이었던 세성기년법에서 출발해서 '인위적인 기년법'인 간지기년법으로 바뀌었던 사건이 1,000년 전의 간지기일법에서도 일어났던 것이다.

 

# 12지기일법

 

이제부터는 간지기일법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기일법, 12지기일법에 대해 살펴보자. ... (산해경을 근거로 판단하면) 당시 사람들은 달도 12개가 있으며 그것들도 하루에 하나씩 떠오른다고 믿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12지기일법은 12개의 달이 교대로 떠오르는 순서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두 개의 달 신화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단지 추측일 수밖에 없지만, 10간의 기원이 해의 이름이듯이 12지의 기원도 당시 사람들이 불렀던 달의 이름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 자세한 역사적 검토를 거치지 않더라도 12일 주기의 기일법 역시 과학적인 천체운동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자연에는 12일 주기처럼 딱 떨어지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천체는 없기 때문이다.

 

# 간지기일법 결론

 

지금까지 사주의 일주(日柱)를 받치고 있는 간지기일법이라는 주춧돌이, 어떤 천체운동에 근거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간지기년법과 마찬가지로 천체운동에 근거하지 않는다. 우주에는 10일 주기로 도는 천체도 12일 주기로 도는 천체도 없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간지기일법은 신화적 우주관이 통용되던 상나라시대의 '열 개의 태양' 신화와 '열두 개의 달' 신화에 근거한 기일법이다. 12지기일법은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10간기일법만큼은 상나라시대의 '열 개의 태양' 신화에 근거한 기일법임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간지기일법은 신화적인 기일법이지 전혀 과학적인 기일법이 아닌 것이다. '인위적'인 기일법이지 '자연적'인 기일법은 아닌 것이다. ... 그런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사주팔자는 일간(日干)을 중심으로 하는 명리학이다. 결국 사주팔자는 '열 개의 태양' 신화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10일이라는 시간 주기를 근거로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에 태양이 열 개라면, 그리고 그리고 그 태양이 하루에 하나씩 교대로 돌고 있다면, 그리고 그 태양들이 음양오행론의 법칙에 따라 형제들의 성격이 정해져있다면, 사주팔자와 궁합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독자들께서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다.

 

 

 

910간 기월법과 10간기시법, 그리고 60갑자 결론

 

# 지금까지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6개의 기시법 중에서 4개의 기시법을 살펴보았다. 네 가지 모두 실제 자연현상과는 상관없는 인간의 머릿속에서 나온 기시법임을 확인했다. 이제 두 가지 기시법이 남는다. 10개월을 주기로 하는 10간기월법과, 10개시(20시간)를 주기로 하는 10간기시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것들은 특별히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이 두 가지 기시법은 사주팔자 안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하는 기시법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기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0개월을 주기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은 어느 곳에도 없다. 또한 20시간을 주기로 일어나는 자연현상 역시 어느 곳에도 없다.

 

# 사주의 달력, 60갑자 결론

 

지금까지 사주팔자를 받치고 있는 8개의 주춧돌이 어떤 천체현상에 근거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는 12지기월법과 12지기시법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가지 기시법은 모두 자연현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기시법이라는 것이다. 10간기년법과 12지기년법, '간지기년법'은 춘추시대 '세성기년법'으로부터 출발해서 전국시대 '태세기년법''세양세음기년법'을 거쳐 한나라시대 비로소 만들어진 인위적인 기년법이다. 10간기일법과 12지기일법, '간지기일법'은 상나라시대 '열 개의 태양' 신화와 '열두 개의 달' 신화에 근거한 신화적인 기일법이다. 그리고 10간기월법과 10간기시법은 비어있는 나머지 두 칸을 메우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기시법이다.

 

(동아일보20051111일자 : 서울대 사회심리연구실과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지난달 부부 280쌍을 대상으로 결혼만족도를 조사 분석한 결과 성격, 가치관, 결혼조건에 대한 생각 등이 비슷한 커플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 반면 혈액형이나 사주궁합은 부부 생활의 만족도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덟 가지 기시법 중에서 여섯 가지 기시법이나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주팔자의 과학적 가치는 전혀 없다. 더욱이 사주팔자는 열 개의 태양이 돌아가는 순서를 근거로 기록하기 시작한 일간(日干)을 중심으로 하는 명리학이기 때문에 더더욱 가치가 없다. 그러나 나머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두 가지 기시법으로 새로운 신살이론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또 새로운 명리학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 그럴 경우 144개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 정도만 해도 적지 않은 수다. ... 이러한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대한 보다 깊은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 즉 시간의 '공백성''적재성'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즉 이러한 '사이비 시간이론'에 자꾸 놀아나게 되는 이유는 우리들이 시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728x90
반응형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미  (0) 2014.09.18
음양 음식 분류표 가안  (0) 2014.09.18
음식의 음과 양  (0) 2014.09.18
홍성국, 60갑자와 시간 그리고 동양의학 2  (0) 2014.08.20
간지기시법  (0) 2014.06.12
Posted by 하트트릭
,